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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텅 빈 위장과 예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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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문화회관 제공
무척 더운 날씨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짜증지수와 서민들 삶의 팍팍함 역시 함께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 가운데서도 예술인들의 삶은 더 어렵다. 우리 사회에 “예술이 밥 먹여 줄까?, 예술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해줄까?”라는 인식도 한몫 거든다.
먹고 살아야 하는 것과 예술 창작을 동시해 수행해야 하는 예술인들의 어깨가 처져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 줄 기구나 장치도 마땅치 않다. 예술인도 생활인이다. 돈이 없으면 창작도 못한다. 라파엘로는 “내게 이 화필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고 했다. 허무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도 "돈이 없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라고 잘라서 말한다. 물려받은 재산은 있었지만 마땅한 벌이가 없던 그는 허무주의자답지 않게 가계부를 매일 적었다고 한다.
예술인들도 생활인, 돈 없으면 창작 어려워
열악한 현실, 공공기관 지원 시스템 혁신 필요
코로나 19 사태, 지나친 연결의 폐단 일깨워 줘
마을 중심 공동체 이행, 예술 적극적인 역할 해야
예술인들, 공적 활동으로서의 '예술적 노고' 수행
밥의 힘이 없으니, 상상력으로 엔트로핀을 생산하는 우뇌마저도 텅 빈 느낌이다. 의욕마저도 사라진 듯하다. 예술인들은 대개 부업을 한다. 가르치는 일, 원고를 쓰는 일에서부터 웨이터(waiter.식당과 술집 종업원 의미도 있지만, 여기서는 성공을 기다리는 사람인 웨이터의 의미도 담겨있다)까지 다양하다. 오직 창작에 전념한다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다.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소득이 월 100만 원 이하라고 한다. 한 해에 한 푼의 수입도 없는 예술인은 무려 30% 가까이 이른다.
공공기관에서 예술인 창작 지원금이라든지, 코로나 19 예술인 생계비를 지원한다. 여기서 큰 어려움은 예술인 숫자와 예술인 여부를 잘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술인들의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배관공과 택배기사를 파악하는 것보다 더 애매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공기관은 지원금 지급에 예술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기존 창작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한 청년 예술인과, 아직 작품은 내놓지 않아도 예술적 연마를 계속 하고 있는 예술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많은 예술인들은 까다로운 서류 작업에 중간에 포기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이어도, 뜻을 모아 지역 예술의 실핏줄을 건강하게 돌리는 경우도 많다. 사진은 음악 기획 단체인 '음악풍경'이 기획해 큰 호응을 얻은 '파란수도 1000일, 부산의 노래' 한 장면.
공공기관 지원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나눠주기 식 중앙정부 대리사업이 아닌, 방향성을 설정해 재단 주최의 기획공모를 늘려야 한다. 나눠주기 식의 지원을 실시하니까, 여기저기서 불평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그 불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류 작업에 ‘끙끙’ 매달리는 형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비슷비슷한 공모 사업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그와 관련된 부작용 사례를 소개한다. 한 공공기관은 공동체예술가들을 위한 기금 지원 프로그램을 바꾸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한 시민운동가가 수혜 대상자들을 확인한 결과, 리스트는 전 사업과 거의 똑 같았다.그의 위트 있는 비판이다. “이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되었습니다. 같은 양의 돈을 동일한 수혜자들에게 주기 위해 새로운 이유를 찾아내는 데, 시간과 자원을 쓰는 게 아닌가요?”
예술인들 역시 1년 단위의 지원금에 대한 사후 서류정산이 너무 복잡해 본질을 벗어난 일에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예술을 시장의 개념으로 여기는 잘못된 행정이다. 행정 혁신으로 예술인들의 서류를 간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많은 사회적 장벽에 공공기관까지 그 장벽을 보태줘서는 안 될 일이다. 사후 정산’이 아닌, ‘사전 투자’ 개념인 다년도 지원방식으로 유망 예술인들과 단체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예술인 복지 정책을 전향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은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에 매달릴 게 아니라, 기금 확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예술 일자리를 늘리는데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사태는 지나친 연결이 오히려 공동체에 큰 폐해를 줄 수 있음을 일깨웠다. 재택근무 증가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로 직장 공동체에서 마을 중심의 공동체로 이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새로운 마을 공동체에서는 예술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술인협동조합, 마을재생, 작은 도서관, 공부방,북 카페 같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예술과의 연결을 시도하면 많은 예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특히 취약한 청년예술인들과 여성예술인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청년예술인들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예술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졸업 후에는 비즈니스맨 능력, 협회와의 유들유들한 적응력, 시시콜콜한 잡담 같이 능력 밖의 도전에 굴복하기 일쑤다. 특히 지역에서 ‘인정 빈곤’에 시달린다. 화려함을 요구하는 경력 위주의 평가는 결굴 수도권과 해외로 전전하게 한다. 인재 채용 시 공공기관에서 우선 과감한 ‘지역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다.
부산시민회관이 마련한 ‘시민뜨락축제’에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여성예술인들도 마찬가지다. 종속적인 입장에서 불공평한 계약을 맺고 갑질 횡포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결혼 후 활동을 계속하려면 여간 독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많은 예술대학 졸업생들은 결혼 아니면, 예술을 포기한다. 지역 단위로 공동육아방 및 예술창작공간 육아방 신설에서부터, 여성예술인 맞춤형 육아돌봄서비스, 여성예술인 육아수당 지급도 전향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인큐베이터’로서 공공기관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예술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이로움은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예술인들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행위가 아닌, 공적 활동으로서의 '예술적 노고'를 대가없이 수행한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한다. 예술은 바다에서 무시무시한 태풍이 불어오는 때도 배 위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 화난 풍랑을 잠재울 수는 없어도, 노래는 배위의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초연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은가.
박태성 객원기자 truepts@busan.com/전 부산일보 논설위원·전 부산시민회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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