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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기] 누가 지역을 분노하게 하는가
오금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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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1 17:38:49수정 : 2021-07-11 23:51:53게재 : 2021-07-11 19:28:19 (06면)
‘서울서울서울 서울만 있는 나라.’ ‘이러면서 지방 가서 살아라 하는 게 모순 아니냐.’ ‘서울에 정치·경제·문화·교육 기타 인프라 죄다 몰빵해놓고 서울·경기도 집값 오른다고 국민들 몰아세운다.’ ‘서울만 대한민국이가, 서울 사람만 국민이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발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7일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2곳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4월 28일 2만 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국가기증 발표 이후 ‘이건희 미술관 유치 운동’을 펼쳐 온 40여 개 지자체는 강력 반발했다.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서울 2곳으로 압축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발표를 지켜보며 ‘이건 뭐지?’ 생각했다. 입지 선정을 공모 절차로 공정하게 진행해달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 이건희 기증관을 세워달라는 지역의 목소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 일선 현장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 ‘애초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한 것이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문화계 한 원로는 기사를 보고 열불이 나서 도저히 못 참겠다며 장문의 글까지 보내주셨다.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결정에 대해 국민의 문화적 향유라는 가치를 가장 가운데에 놓았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를 향유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문화 향유를 위해 지역으로 이동이 불가능할 만큼 대한민국이 넓은 나라인가? 또 황희 문체부 장관은 지방 발전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게 국익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국익과 지역 발전은 별개의 요소인가?
문체부의 이번 발표는 마치 ‘대한민국=서울공화국’이라는 퍼즐 맞추기를 보는 것 같다.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2곳을 후보지로 정한 이유로 연구와 관리 보전을 위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립 문화시설의 48%가 수도권에 있고 박물관 소장품의 56.1%, 학예직 인력의 56.3%가 수도권에 배치되어 있다. 수도권에 시설, 소장품, 인력을 다 몰아주고는, 이제 와서 지역에 시설을 주려니 경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첫 단추부터 틀렸다. 이런 논리면 지역에 이건희 기증관 같은 시설은 영원히 만들어질 수 없다.
여기에 더해 국립 시설을 만들면 그에 맞춰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다. 시설을 새로 짓고 소장품을 관리할 전문 인력을 배치하면 될 일인데 지역에 인력과 경험이 없다는 말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진정 국가 균형발전을 생각하는 행정이라면 ‘없으니까 못 준다’가 아니라 ‘없으니까 새로 만든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문체부가 지역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번 입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활용위원회에 지역 인사는 단 1명에 불과했고, 공청회나 지역 간담회 같은 최소한의 공론화 절차도 없었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들은 하나 같이 공모 절차를 통해 공정하게 입지를 선정할 것을 건의했다. 황 장관은 공모제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방의) 행정력이라든가 여러 가지 비용이 들어갈 거라 봤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문화활동가는 “지역 발전을 위해 부족한 시설을 유치하는 노력은 지방 행정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황 장관의 “어느 지방이라도 선정되면 좋은데 안 됐을 경우 (지역의) 허탈감은 더 클 것 같았다”는 발언은 더 어이가 없다. 공정하게 시험을 치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데 지역에서 1등이 안 나올 경우의 허탈감을 운운한다. ‘어차피 떨어질’ 지역의 마상(마음의 상처)까지 미리 고려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 입지 선정을 공모 절차로 진행했어야 한다. 지자체의 경쟁 과열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왜 그렇게 유치 운동에 나서게 됐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야 했다. 수도권 중심주의가 극에 달한 이 나라에서 지역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야 했다. 공모를 진행했다면 각 지자체는 지역 문화에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문체부는 문화적 균형발전의 큰 틀을 고민하고 국립 문화시설 분산 배치의 기본 원칙을 세울 좋은 기회를 발로 걷어찼다.
문체부 발표 다음 날 식당 뒤 테이블에 앉은 시민들의 대화를 들었다. “서울 사람은 부산에 와서 살라고 하면 못 살거야.” “그런데 우리는 서울 집중이 너무 심한 거 같아.” 평범한 시민도 다 아는 ‘서울공화국’의 심각성을 문체부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알면서 외면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역이 뭐 어쩌겠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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