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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김태형의 책 에는 이런 숫자가 나온다. 15만과 4만. 전자는 10년 동안 한국의 자살자 수고, 후자는 비슷한 기간 이라크 전쟁의 사망자 수다. 전시 사망자 수의 4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세상을 떠나는 나라. 저자는 그런 한국을 '자살 공화국'이라 불렀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다음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한국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것임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이미 대세가 되어 버리고 거역할 힘이 없다는 패배주의와 무관심이 팽배해다."
패배주의와 무관심.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자살 문제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를 말하는 데 적절한 단어라 느꼈다. 10년마다 한 개의 소도시 인구만큼의 사람들이 자살로 사라진다. 노인 자살률은 기이할 정도로 높아진 지 오래다. 지난 3월 정치하는엄마들 등 시민단체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 시도자 중 20.4%가 20대 여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만 1만3018명(보건복지부 잠정치, 7월 4일 발표)이 자살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쟁사회, 빈부격차, 외로움 같은 문제들은 우리 사회의 심연에 잔뜩 엉킨 채 자리 잡고 있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정부가 자살예방 부처를 신설하고 종합대책을 내놓고 예산을 증액하지만, 자살률은 요지부동이다. 패배주의와 무관심이라는 저자의 진단이 납득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다.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 같은 상투적 표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다행히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전국에 있는 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이다. 자살과의 '사투'에서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무슨 고민이 있을까 궁금했다. 지난 13일 수원시자살예방센터의 백민정 상임팀장을 만났다.
상담 받지 않는 중년 남성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수원시자살예방센터는 2001년에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살예방센터다. 비상근직인 센터장을 제외하면 11명의 상근 직원이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센터는 자살 및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 약 7200명을 도왔다. 매일 30건가량의 케이스가 있었던 셈이다. 센터가 확인하고 있는 바로는 매해 한두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내담자가 자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백 팀장은 센터에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데 반해, 센터 상담에 참여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의 절반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년 남성의 상담 참여도가 낮다"고 말했다.
물론 상담 참여도가 높은 여성의 자살률이 낮다는 점은 상담의 실효성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작 자살에 취약한 중년 남성의 상담 참여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은 문제로 지적된다.
백 팀장은 "중년 남성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는 일을 불편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연약함을 감추는 게 '남성성'의 미덕이라 여겨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달리 높은 중년 남성의 자살률은 그러한 '남성성' 인식에 한계가 있음을 암시한다.
중년 남성을 비롯해 상담에 참여하지 않는 자살위험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센터는 이들이 자주 찾는 자활센터, 종교기관, 의료기관 등과 연대 사업을 하고 있다. 자활센터와 종교기관을 찾아서 정신건강 검사와 상담을 하고,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환자 중 자살위험자를 발굴하기 위해 의료진 교육도 한다. 백 팀장은 "실제로 이러한 노력 덕에 센터로 유입되는 자살위험자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상담은 결국 본인이 응해야 가능하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센터는 도움을 줄 수 없다. 센터가 자의로 개입할 수 있는 건 당장 자살 가능성이 있는 위급 상황일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백 팀장은 "자살 예방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유입을 위해서는 센터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의 능동적인 상담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이유
'내가 죽어야 모든 문제가 끝나고,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자살위험자가 빠지기 쉬운 생각이다. 백 팀장은 이에 대해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앞만 볼 수 있게 시야를 가린 경주마와 비슷하다"며 "이는 당장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너무나 고통스러워, 고통 이외의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백 팀장은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은 내담자의 시야를 넓혀서, 죽음에 고착된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돕는다"면서 "내담자는 자기 얘기를 누구에게 함으로써 스스로 모호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정리할 수 있다. 또 타인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기 문제를 객관화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잘 훈련된 전문 상담사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지에 관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해는 작은 자살이다
2016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민정(가명)씨가 수원시자살예방센터의 백민정 상임팀장과의 상담 중에 토로한 말이다.
민정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위축되어 있던 그는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낮은 자존감과 누적된 스트레스는 자해로 이어졌다. 반복된 자해는 습관이 됐다. 온 몸에 상처가 깊게 남기 시작했다. 입·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자퇴를 했다. 민정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때 그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백 팀장이었다.
백 팀장은 민정씨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민정씨의 상처를 보고는 비난하는 대신 치료를 해주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다독였다. 상담은 5년 동안 이어졌다. 이제 민정씨는 자기 과거를 '흑역사'라 말한다. "상담을 통해 내가 왜 자해를 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내가 못나서가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불안과 우울감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현재 민정씨는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자 상담사를 꿈꾸며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10·20대에서 주로 나타나는 자해는 실제로 죽으려는 목적보다는 스트레스나 갈등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해가 반복되다 보면 민정씨의 사례처럼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도가 세지고, 빈도가 잦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방치되다 의도치 않게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백 팀장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 한 병씩 하게 되면 그게 서너 병으로 늘 수 있는 것처럼, 불안할 때마다 하는 자해 행위는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자해 경험이 있다면 센터를 가능한 한 일찍 찾는 게 중요하다. 더 위험해지기 전에 문제의 해결 방법을 센터에서 함께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는 어떤 곳?
ⓒ 조승연
수원시자살예방센터는 자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열려있다. 내담자는 센터에서 먼저 1차 상담을 받고, 센터에서 연계해준 전문기관에서 더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가령 중독문제가 있는 사람은 센터와의 상담 이후 수원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로 연계된다. 자살예방센터의 상근 직원들은 모두 정신건강전문요원이란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다. 자살 위기 상황을 관리하거나 응급 출동을 하는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자격이 갖춰진 직원들만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상담은 전화와 대면으로 가능하다. 전화 상담은 24시간 운영된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그 외의 시간은 상위기관인 경기도자살예방센터가 담당한다. 경기도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 보다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면 상담이 가능한 수원시자살예방센터로 이관된다. 케이스마다 차이는 있지만 센터는 내담자와 보통 일주일에 1~2번 상담을 한다. 내담자의 자살 위험 수준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어야 상담은 종결된다. 내담자 상황에 따라 상담은 수 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자살유족 지원도 센터의 주요 업무다. 자살유족은 자살 2차 위험군으로 볼 만큼 자살 위험 수준이 높다. 이들을 위해 센터는 '자살유족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청소년 모임과 성인 모임으로 나눠져 있다. 백 팀장은 "자살예방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자살유족분들이 많다"며, 자살 유족을 위한 센터의 상담 활동과 자조모임 소개를 요청했다.
센터는 경제적 곤란자에게 긴급 지원도 하고 있다.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치료·약제·입원비 등을 지원한다. 생계비가 긴급한 경우엔 지원해주는 곳과도 연계해준다. 지자체의 복지 제도를 소개해주고 신청도 도와준다. 백 팀장은 "자살위기를 다루는 건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전반적인 삶의 영역을 모두 돌보는 일이다. 이들이 겪는 극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은 당장 근처에 있는 도움의 손길마저 보지 못하게 한다. 이걸 볼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 수원시자살예방센터 031)214-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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