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불펜 리그 최저 평균자책점(3.66)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던 두산의 불펜진이 6월 이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산의 불펜진은 6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6.06과 1.82의 높은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흔들리는 불펜의 중심에는 '파이어볼러' 이승진이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2일에도 이승진은 부진했다. 지난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이승진은 0.1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출발은 좋았다. 첫 타자였던 황대인은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터커를 자동 고의4구로 출루시킨 뒤 김호령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의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에서 한승택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한 점을 내줬다. 이후 이승진은 만루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박정수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와야 했다.
이날 이승진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4명의 타자를 상대했고, 그 과정에서 무려 19개의 공을 던졌다. 큰 위기 상황에 등판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피칭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한 점차의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치고 있던 팀에게 찬물을 끼얹게 된 피칭이었다.
시즌 초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승진
사실 시즌 초반부터 이승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이승진의 5월까지 등판 기록을 살펴보면 21경기 평균자책점 1.42 1승 1패 13홀드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승진이다. 홀드는 1위였고,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15로 당시 구원 투수 사이에서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이승진은 지난 시즌(146.5km)보다 더 높아진 평균 147.7km의 직구를 구사하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자주 구사하던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직구, 커브 위주로 피칭하며 타자들을 요리했던 이승진은 WHIP 0.99, 피안타율 0.202를 기록할 정도로 KBO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물론 이승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당시 21경기에 등판했던 이승진이 소화했던 이닝은 무려 25.1이닝으로 구원 투수 사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었다. 등판 간격도 매우 짧았고, 경기당 투구수는 18개로 굉장히 많았다. 심지어 등판한 21경기 중 20개 이상 던진 경기는 8번이었고, 30개 이상 던진 경기는 두 번이나 있었다.
이로 인해 이승진의 부상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두산으로서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시 박치국의 부상과 윤명준의 부진으로 인해 무게감이 떨어진 두산 불펜진에서 이승진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승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끊이지 않고 나오곤 했다.
흔들리는 두산 불펜진, 이승진이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5월 23일 왼쪽 햄스트링 미세 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다행히 다소 빠른 시점이었던 말소된 지 10일이 지난 6월 2일에 복귀하며 마운드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잦은 등판의 후유증 때문이었을까, 마운드로 돌아온 이승진은 시즌 초반의 이승진이 아니었다. 타자들을 압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자주 흔들리는 상황을 연출하곤 했다. 복귀 등판이었던 지난달 2일 등판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이승진은 10경기에 등판해 3패 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18.87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제구가 불안해졌다는 평가다. 시즌 초반 21경기의 등판에서 7개의 볼넷을 허용했던 이승진은 복귀 후 10경기에서 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들쑥날쑥한 불안한 제구로 인해 마운드에서 흔들리는 이승진의 피안타율은 0.428로 굉장히 높다.
최근의 부진으로 인해 부상 전까지 1점대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은 4.78까지 올랐고, WHIP는 1.44까지 치솟았다. 직구의 평균 구속도 147.3km로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제구와 구위 모든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부진하고 있는 이승진이다.
두산으로서는 이러한 이승진의 부진이 굉장히 뼈아픈 상황이다. 현재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두산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불펜진의 부활이다. 시즌 초반 '철벽' 불펜을 자랑하던 두산의 불펜진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이승진이 일어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