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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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개폐업이 잦은 자리가 있지 않나. 그 자리였다. 이년 전쯤 유기농 식품점이 들어섰다가 장사가 안 되자 일 년 전쯤 나가고, 그 뒤로 코로나 내내 공실이었던 자리. 그런데 그 자리에 무언가 들어설 요량으로 활발하게 공사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뭐하는 곳일까, 사람들의 궁금증을 한동안 자극하더니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불황에 뭐가 들어오나 했더니... 카페다. 어랏, 그런데 흔하디 흔한 카페가 아니다. 바로 로봇 카페였다.
'로봇 카페'라니, 이름부터 생소했다. 그러니까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커피를 타준다고? 카페가 오픈하기 전에는 로봇 카페라는 것이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로봇이 커피를 타준다는 거지? 그냥 무인 카페인가? 무인 카페면 본인이 내려먹고 돈을 내나? 빈곤한 상상력을 풀가동해도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이상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로봇 카페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니 새벽에 일어나는 나로서는, 걸어서 1분 거리에서 언제든 갓 내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가져올 수 있는 카페가 동네에 생긴 것이 반가웠다.
ⓒ 은주연
드디어 오픈!! 궁금증을 자아내던 '로봇 카페'가 이 오래된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심플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그 문을 열었다(얼마나 심플했던지 주인도 없었다). 키오스크도 있었지만 앱 주문 시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 10매라는 공격적 마케팅에 무조건 앱으로 주문을 넣었다.
게다가 가격은 동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2000원대다. 이건 지하철역이나 오피스 주변처럼 카페가 많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격인데... 그 가격을 동네 로봇 카페가 해내다니. 가격이 착해서일까, 일단 주변 엄마들 반응은 뜨거웠다.
"로봇 카페라 해서 처음엔 키즈 카페인 줄!"
"커피 맛, 생각보다 괜찮네! 쿠폰 대박!"
말없이 열심히 일하는 로봇의 모습에 호감도 가고, 커피를 내려 건네 주면서 찡긋하고 윙크해 주는 모습도 깜찍한데 10장의 무료 쿠폰이라니... 무인 로봇 카페의 매력이 차고 넘쳤다.
로봇이 신기해서인지 로봇 카페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고 지나갔다. 어른은 어른대로 신기하고 아이는 또 아이대로 신기한 로봇 카페, 왠지 대박의 예감이 물씬 풍겨왔다.
ⓒ 은주연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들른 로봇 카페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로봇 카페 안에는 무인 과자 자판기 같은 것도 있고 음료 자판기 같은 것도 있어서 아이들이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 드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 쿠폰 때문인지 엄마들의 방문도 잦아서 그야말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심보인지, 로봇 카페가 '나홀로 문전성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가게가 되자 그렇게 스윗하게 느껴지던 로봇의 윙크도, 말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로봇에게 느껴지던 호감도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냥 그 자리에 사람이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가 들어왔다면 어땠을까? 내친김에 다른 가게들을 둘러보니 그 카페들은 '역시나 불황'을 겪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로봇 카페 탓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로봇 카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야속해졌다.
"나는 근데 이런 기계 겁난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정말 새로운 것, 새것, 신기한 것에 뜨겁게 반응하는 것 같다. 언론보도로 접한, 한 설문 업체(엘림넷 나우앤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지난 5월 18일에서 20일까지 국민들의 SNS 활동 현황을 조사) SNS 활동을 하는 응답자 813명에게 '당신이 SNS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세상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정보 수집) 44.0%)'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한 세상이니 소위 '오픈발'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꼭 남들이 하는 걸 다 해보아야 뒤처지지 않고 잘 사는 것인지 한 번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졌다.
새로운 것, 예쁜 것을 위해 낡지도 않은 집기들을 뜯어내고 정기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볼 때에도 비슷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조금 낡아도, 조금 늦어도 되는 느긋한 마음을 가져보는 건, 시대에 너무 뒤처지는 생각일까.
얼마 전 어떤 칼럼에서 서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했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쓸모 없어졌다고 (고려) 청자를 다 깨서 버렸다면 지금 우리의 박물관은 공허했을 것이다"라고(21.6.4. 중앙일보 칼럼).
로봇 카페에 열광하다가 로봇 카페만 남으면 우리의 커피 맛은 정말 공허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동네 엄마들 단톡에 로봇 카페에 대한 환영의 글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누군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한 마디를 던졌다.
"나는 근데 이런 기계 겁난다.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 보고서 사람한테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옛날 사람인가 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얼마 전 독일로 이사 간 언니가 말을 받았다.
"좋겠다. 커피 쿠폰. 나도 받고 싶다. 그런데 여기 독일은 아직도 열쇠 들고 다닌다!! 하하"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삶, 조금 낡아도 뒤처진다 생각되지 않는 삶, 나는 그런 삶을 꿈꾸며 로봇 카페 대신 열심히 원두를 볶는, 한가한 옆집 사장님의 가게로 커피를 사러 가야겠다. 누가 아나? 낡음을 선호하는 '나 홀로 트렌드'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날이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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