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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한산하다. 손님이 뜸하다. 한참 만에 한 명 들어온 손님이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더니 계산대 안을 힐끔 훔쳐보며 묻는다. “어때요?” 생방송 중인 휴대폰 화면을 손님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3세트, 이제 3발 남았어요.” 여기서 끝내면 좋을 텐데 하는 결연한 표정으로 함께 화면을 주시한다.
대만 55점, 한국 27점. 김우진 선수가 9점을 쐈다. 36점. 열일곱 김제덕 선수가 빠르게 사선에 선다. 어린 선수가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꿀꺽 침을 삼킨다. 내가 가진 모든 기운을 바다 건너 경기장에 건네주고 싶다. 화살이 정확히 가운데 꽂힌다. 와! 낮은 탄성을 지른다. 이제 46점. 듬직한 체구의 오진혁 선수가 마지막 사수로 나선다. 9점이나 10점을 쏘면 된다. 천천히 시위를 당기고, 잠깐 세상이 멈춘 듯한 풍경. 잠시 후, 와, 와, 와! 손님과 팔짝 뛰며 주먹을 맞부딪힌다. 옆 식당에서도 환호성이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손님도 ‘이겼어요?’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산대 쪽으로 다가온다. 마스크 너머로 활짝 핀 웃음들이 보인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면 편의점은 하늘을 날아오른다. 맥주가 곱절로 팔리고 치킨이나 꼬치, 마른안주류도 날개 달린 듯 진열대를 빠져나간다. 회사 건물 지하에 있는 우리 편의점은 그런 특수를 누리지 못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응원 특수’를 누린다. 평소에 말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손님과 작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맞대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뻐한다. “유도는 어떻게 돼 가요?”라는 단골손님의 물음에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 결정전 들어갔어요”, 현장 소식통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근처에서 편의점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어제 축구할 때 치킨 좀 팔렸어?”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탄식 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린다. “재고를 두 배나 확보했는데 금세 다 팔렸어. 다음 경기에는 서너 배쯤 갖다 놔야겠다.” 얼마 만에 듣는 들뜬 목소리인가. “일손 부족하면 나한테 연락해. 시급 안 받고 도와줄게.” 가볍게 농을 던진다. “야, 일 끝나고 먹는 술값이 더 나오겠다.” 친구는 껄껄 웃는다. 개구진 웃음소리도 오랜만에 듣는다.
아내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TV에는 럭비 중계가 한창이다. 경기 규칙은 알고 보느냐는 물음에 인터넷에 이미 검색해봤다며 휴대폰을 흔든다. 결과는 5대 42. 점수 차는 컸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 첫 득점을 한 거라며 아내는 전문가처럼 말한다. “코로나 때문에 경기장이 폐쇄돼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모두 실업팀 선수인지라 직장 끝나고 개인 훈련으로 대신했대. 이 정도도 대단한 거지!” 또 어디서 들은 말일까. 아내의 해박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오늘 비록 5점으로 시작했지만 50점을 이룰 날도 있으리라. 금메달을 딴 양궁이든 첫 출전한 럭비든, 땀 흘리는 미래의 국가대표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두의 오늘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올림픽이 매년 열리면 좋을 텐데” 하는 장사꾼의 익살에도 응원을!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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