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때아닌 지역주의 논쟁까지 벌이며 극한으로 충돌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과거사를 두고 적통 논쟁을 벌인 데 이어 민감한 주제인 ‘호남 불가론’이 당내 경선 국면에서 다시 소환됐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공방이 과열되자 당내에서는 “이러다 야당에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지사의 이른바 ‘백제 불가론’ 발언을 놓고 25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직접 설전을 벌이며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앞서 이 지사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후보께서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며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울산방송에 출연해서도 “저는 자제하려는데 제 주변 사람들이 (이 지사 측) 공격을 받고 있어 대꾸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의 선제공격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곧바로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인터뷰 원문 녹취록을 게재하며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 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린 것일 뿐이다.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 달라”고 날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이날 광주를 찾은 이 지사는 광주시당 기자간담회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하는 것은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캠프는 모두 기자회견을 열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지사 캠프는 오전 긴급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선의로 한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꺼내들어 지지율 반전을 노리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일갈했다.
이 전 대표 캠프도 반박에 나섰다.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은 “과연 선의로 이 전 대표를 칭찬한 것이겠느냐”며 “한글을 읽을 줄 안다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따졌다. 이 전 대표도 전북 김제에서 ‘백제 발언을 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라’는 이 지사 요구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의의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 경선 과정에서 퇴행적인 모습이 연출돼 우려스럽다”며 “각 후보에게 자중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6일 각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주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