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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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반기문 재단’ 사무실에서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한·미 간 확고한 안보동맹을 기축으로 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일관성 있는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추진해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씀도 들었다”고 전했다.
지지율 변화 속 중도 공략 이어가
전문가 “인기 유지할 동력 부족”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레이스 중도 하차와 관련한 대화를 했나’라는 질문에는 “갑작스러운 탄핵 결정이 있었던 당시 사정이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는 말씀 외에 없었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대선 때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대선 행보 3주 만에 중도 포기했다.
두 사람에겐 ‘충청 대망론’이란 연결고리도 있는데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 윤 전 총장 부친(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은 충남 논산 출신이다. 윤 전 총장은 취재진과 이런 질의응답도 했다.
‘제2의 반기문’이란 비판이 있는데.
“비판은 자유니까. 얼마든지 존중하겠다.”
대선주자 지지율이 흔들리는데.
“지지율이란 게 하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전격적인 국민의힘 입당 소식에는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보에 대해선 “정치적인 손해, 유불리가 있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을 향해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탈진보층을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제헌절인 오는 17일 광주광역시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5·18 유가족과 차담회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중도층 공략 행보가 효과적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7.8%로 3주 전 32.3%에서 4.5%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60.2%로 3주 전(58.6%)보다 오히려 1.6%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중도층 지지율은 35.3%에서 30.8%로 4.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TK) 지지율이 36.9%에서 38.1%로 1.2%포인트 올랐지만, 호남 지지율은 22.5%에서 11.8%로 하락 폭(10.7%포인트)이 컸다.
다른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한 주 전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29.9%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오히려 2.5%포인트 오른 68.6%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인기나 지지세를 이어갈 만한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적극 지지층은 이탈이 거의 없지만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의 회의적 시각이 강화된 흐름”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의 입당도 변수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입당을 안 하는) 윤 전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최 전 원장을 더 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칫 산토끼(중도층)뿐 아니라 집토끼(보수층)를 상대로도 윤 전 총장이 고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진·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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