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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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미국 코카콜라가 진행 중인 '맞춤형 콜라병' 이벤트에서 'Korea(한국)'를 입력창에 넣었더니 ″승인되지 않은 이름″이라며 더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김필규 특파원] 미국 코카콜라에서 여름맞이로 준비한 '맞춤형 콜라병' 마케팅이 논란이다. 홈페이지에서 한 병 당 6달러를 결제하면 병을 감싸고 있는 상표 대신 원하는 문구를 넣어 배송해주는 이벤트다.
회사 측에선 욕설이나 상표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몇 가지 금칙어를 설정했는데, 그 기준이 명확지 않아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원하는 이름 넣은 제품 주문하는 이벤트
USA·Japan 입력되지만 Korea는 금칙어
'나는 히틀러다'도 입력되는 등 규정 허술
미 코카콜라 "지속해서 개선작업 진행중"
특히 국가명의 경우 콜라병에 새길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갈렸다.
'USA(미국)'나 'France(프랑스)''England(잉글랜드)''Japan(일본)' 등을 입력창에 넣으면 '미리 보기'에 해당 문구가 새겨지고 주문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Korea(한국)'를 입력하면 '미리 보기'에 문구가 나오지 않고, 대신 "승인되지 않은 이름"이라는 설명이 뜬다. "다른 사람에게 모욕적이거나 상표권이 있거나 유명인의 이름일 수 있어 승인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기준이) 엉망일 수 있으니, 오류가 있다고 생각되면 소비자 상담실에 문의하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입력되지 않는 국가명에는 'China(중국)'나 'Russia(러시아)' 등도 있었다.
국가명에 대한 금칙어 기준을 묻기 위해 미국 코카콜라 소비자 상담실과 홍보팀에 문의했지만 아직 답은 없는 상태다. 다만 한국코카콜라 측에선 'South Korea'라고 입력했을 경우 문제 없이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 밖의 정치·사회적 구호에 대한 차단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 23일 CNN에 따르면 최근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의 대표적 구호가 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차단이 된 반면, 이를 조롱하기 위해 등장한 'White Lives Matter(백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입력이 가능했다.
또 'Nazi(나치)'나 'Hitler(히틀러)'라는 단어 자체는 금칙어로 정해놨지만, '나는 나치다''나는 히틀러다'라는 식의 문구는 허용되는 등 허술한 부분도 많았다.
코카콜라 측은 "홈페이지상에 '미리 보기' 언어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놨다"면서 해당 이벤트에 대해선 "의도된 용도로만 쓰일 수 있게 지속해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들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참여 이벤트를 벌였다가 본전도 못 찾은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는 분위기다.
2013년 JP모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해시태그 이벤트(#AskJPM)를 펼쳤다가 금세 접어야 했다. "너희가 압류한 내 집이나 돌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다.
2016년 인공지능으로 대화하는 AI 챗봇을 내놨던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큰 낭패를 경험했다.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의 말투를 따라 하는 제품이라며 야심 차게 내놨지만 "유대인 홀로코스트(대학살)에 동의한다"고 하는 등 혐오 발언을 쏟아내면서 MS가 부랴부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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