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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르포/강원 동해시 사육곰 농장
미국 생츄어리 이주 결정된 곰 22마리 코로나로 발 묶여
35도 폭염에 지친 곰들…“산업 종식 위한 계획 필요한 때”
16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과 함께 강원도 동해시 사육곰 농장을 찾았다. 더위에 지쳐 있던 곰들은 얼음 덩어리를 발견하자 관심을 보이며 철제 우리를 오르는 등의 활동을 보였다.
50평 규모의 사육장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2평 남짓한 우리 안에는 반달가슴곰이 한 마리씩 갇혀 있었다. 기진맥진해 철창 바닥에 큰 대자로 누운 녀석이 있는가 하면, 낯선 사람의 방문에 흥분했는지 우리를 연신 오가는 곰들도 있었다. 그나마도 2미터에 달하는 큰 덩치 탓에 두 걸음이면 철벽에 가로막히고 말았지만 쉴새없이 철창 안을 서성였다. 곰들은 한결같이 헐떡이고 있었다. 더위와 추위를 피할 유일한 시설인 지붕 아래는 곰들의 헐떡임으로 가득 찼다. 낮 기온 33도에 서 있기만 해도 구슬땀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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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제 우리에 갇힌 22마리의 곰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과 지난 16일 강원도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을 찾았다. 22마리의 곰들은 시골농장의 한 구석에 지어진 사육장에서 살고 있었다. 곰 우리 옆으로 계사가 붙어있고, 앞으로는 옥수수 밭이 펼쳐져 있었다. 누가 그곳에 곰들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곳이었다. 붉게 녹슨 철제 우리만이 곰들이 최소 15년 이상 이곳에 갇혀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
폭염에 지친 곰들은 뜬장 위에 기진맥진 누워있었다.
낮 12시 활동가들은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삽과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사육 우리 아래 쌓인 분변을 치우기 위해서였다. 50cm 정도 너비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2평 남짓한 뜬장이 열을 지어 서 있었다. 열기와 뒤섞인 악취가 코를 마비시켜 왔다. 우리는 배변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도록 만든 뜬장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탓인지 곳곳에 설사가 쌓여 있었다.
사육장은 곰들이 내뿜는 열기로 한층 후텁지근했다. 곰들도 더위를 이기기 어려운지 큰 소리로 헉헉댔다. 사육장은 사방이 뚫린 철제 케이지였다. 더위도 더위지만 추위는 어찌 견딜까 걱정되는 구조였다. 좁은 통로는 두 사람이 함께 서 있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우리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뒤쪽 조심하시구요.” 채일택 정책팀장은 청소 내내 계속 곰들과 인간의 거리를 걱정해야 했다.
철제 우리는 배설물이 아래로 그대로 떨어지는 뜬장 구조였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한 시간여 사육장 청소가 끝나자 급여가 이뤄졌다. 이날은 특식이 제공됐다. 적은 사료를 먼저 급여해 입맛을 돋군 활동가들은 과일을 자르기 시작했다. 테이블 가득 수박, 참외, 사과, 단호박 등 곰이 좋아하는 과일이 차려졌다. 사료에는 시큰둥 하던 곰들도 배식구에 과일이 들어오자 반응이 달라졌다. 특히 곰들은 달고 수분이 가득한 수박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손을 잘 쓰는 곰들은 두 손으로 수박을 잡고 먹기도 하고, 배식통에 머리를 대고 누워서 과일을 맛보기도 했다.
배식구가 좁은 탓에 과일들은 배식통에 제대로 들어갈 때도 있고, 철창이 달린 입구에 걸리기도 했다. “너무 잘 넣어주려고 하시지 않아도 돼요. 곰들이 먹이를 어렵게 먹게 하는 것도 행동풍부화에 도움이 돼요.” 종일 철창 안을 맴도는 것 외에 할 일이 없는 곰들에게 다른 행동을 유도해주라는 채 팀장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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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보다 얼음…두 손으로 잡고 아작아작
예상외로 곰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사료도 과일도 아닌 얼음이었다. 원래 행동풍부화 목적으로 준비된 얼음이지만, 곰들이 얼음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작은 얼음 조각들이 쥐어졌다. 곰들은 남아있는 과일을 제쳐두고 양손으로 얼음을 쥐고 아그작 아그작 씹기 시작했다. 얼음조각이 마치 과자나 아이스크림이나 되는 듯 즐거워보였다.
곰들이 사료나 과일보다 더 좋아한 것은 얼음 조각이었다. 손을 잘 쓰는 곰들은 배식구 밖에 놓여진 과일이나 얼음도 곧잘 쥐고 먹었다.
크게 잘린 얼음 덩어리는 철제 우리 위로 던져졌다. 곰들이 케이지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곰들은 우리 사이로 손을 내밀어 얼음을 이리 저리 밀기도 하고, 통로로 떨어뜨리며 잠깐의 유희를 즐겼다. 최윤정 사회변화팀 활동가는 “내실이 없는 탓에 곰들에게 해줄 수 있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다. 곰들에게 해먹을 달아주거나 다른 자극물을 넣어주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곰들은 ‘운 좋은 5% 곰들’이다. 이 농장에 살고 있는 곰 22마리는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가 구조해 미국 생츄어리로 이송하기로 한 곰들이다. 동자연은 2020년 7월 농장주와 폐업을 조건으로 합의를 맺고, 곰들을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야생동물생추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전례없는 국제멸종위기종의 단체 이주는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 탓에 일년 째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은 곰들에게 바나나, 참외, 수박 등 과일이 특식으로 급여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운 좋은 곰들도 올해는 꼼짝없이 폭염을 철창에서 맞게 된 것이다. 현재 환경부에 신고된 전체 사육곰은 398마리다. 전국 10여곳 사육농가의 현황은 이날 찾은 동해 농장과 비슷하게 열악하다. 사육곰은 1981년 정부가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해 키우기 시작하며 국내에 들어왔다. 하지만 1993년 한국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며 수출이 막히고, 웅담의 산업적 가치가 떨어지며 상황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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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육곰 전체 보호할 계획 내놔야”
2010년 환경부가 남아있는 곰들의 중성화 사업을 벌이며 추가 증식과 불법 취식 등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곰들은 도축 가능 연령인 10살 이전까지는 철창에 갇힌 채 여생을 보내야 처지가 된 것이다. 30여 년간 별다른 환경 개선 없이 뜬장에 방치된 곰들은 최근 탈출 사고로만 관심을 받고 있을 뿐이다. 좀 더 나은 미래가 예약된 동해 농장곰들이 행운아라 여겨지는 사연이다.
사육곰들은 국제적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지만, 국내 종 복원 대상이 되는 지리산 반달곰과는 유전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육장에 방치되고 있다.
최윤정 활동가는 “올해 환경부에서 불법증식 개체를 몰수하는 곰 보호시설 예산이 통과 됐으나 시설 건립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환경부는 2024년 보호시설 건립 전이라도 비좁은 사육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육곰 모든 개체를 보호할 시설·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욕심으로 태어나 감금 당하며 고통 받는 게 사육곰들이다. 인간이 모든 곰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게 마땅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2019년 사육곰이 처한 현실·환경을 알리는 ‘곰벤져스 워크숍’을 진행했다. 동해 농장은 이 프로젝트 진행 중 찾은 농장 중 가장 열악한 곳으로 전원 구조가 결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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