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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도 당황한 델타 변이 폭증세…"백신 미 접종자들의 팬데믹"
델타 변이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것은 모두 감을 잡고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코로나 전망을 모두 수정해야 할 정도로 미국의 감염 확산 그래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 수요일 의회 청문회에 나와 7월 3일 감염자보다 현재 50%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델타 변이가 83%나 차지하면서 감염 확산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벌써 일주일 평균 신규 감염자는 하루 4만 5천 명 씩 나오고 있고, 일일 데이터로 보면 하루 6만 4천 명 가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치는 지난해 6월 말 쯤 처음 경험해본 것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물론 당시 사망자는 600명 정도 됐지만, 지금은 250명 정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망자 숫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어서 어떻게 전개될지 추이를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감염자 4만 명을 처음 넘어설 때는 주가까지 폭락하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성급하게 경제 활동을 풀었다가 감염자가 치솟으면서, 몇 달 개점 휴업 상태였던 백악관 코로나TF를 부랴부랴 재가동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현재 델타 변이 사태는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 맹폭을 가하고 있지만, 지난해만큼 큰 동요는 없는 상태입니다. 백신이라는 근본 해결책이 나와 있기 때문에 감염자 숫자가 폭증해도 심리적인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번 감염 폭증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중남부 일부 주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백신 접종을 다 끝낸 성인 비율이 43.4%로 밑에서 두 번째인 루이지애나는 뉴욕타임스 집계 그래프로 보면 10만 명당 감염자가 47명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접종률이 높은 미국 북동부는 10만 명당 5명에 불과합니다. 월렌스키 국장은 델타 변이 사건이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Pandemic of the Unvaccinated)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실제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에 실려 오는 절대 다수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의료진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CDC와 백악관은 입원 환자의 99.5%가 백신 미접종자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막상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도 "진작 백신 맞을 걸 후회된다"라고 말하는 인터뷰가 여러 방송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접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굳은 의지로 굳이 코로나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고 숨지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정권을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접종을 무기로 지금까지 상당히 대응을 잘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불길을 잡고 완전 진화를 위해 열심히 불을 끄고 있었는데, 대형 화재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과 현 상황은 비슷합니다. 정말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라는 이번 팬데믹은 인간이 약간의 빈틈을 보이면 그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지독한 녀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백신 접종 유도했지만…마스크만 벗도록 유도한 마스크 정책
지난 5월 중순,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CDC가 발표한 것이 미국 내 델타 변이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조치를 내린 것은 백신 접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면이 컸습니다. 백신 맞고 마스크 벗든가, 백신 안 맞고 버티려면 마스크를 쓰라는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일선 현장에 내려오면서 커뮤니케이션 혼란이 벌어졌습니다. 백신 접종을 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백신 카드라도 보여 달라고 강제하기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원래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많아서 이들의 행동에만 면죄부를 주게 됐습니다. 조금 더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마스크를 쓰면 '나는 미접종자다'라고 광고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쇼핑몰 같은 곳에 붙은 안내문도 '백신을 안 맞았으면 마스크를 쓰라'라고 돼 있으니 백신을 맞고도 조심하려는 사람들의 마스크 무장만 해제 시킨 꼴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돌파 감염에 대한 공포도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텍사스 민주당 하원 의원 6명은 물론 백악관 직원, 국회의장 비서관 등도 돌파 감염으로 확인됐습니다. 오클라호마 대학 연구원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백신을 맞았지만 17명이나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도 뉴욕타임스에서 보도했습니다. CDC도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로 입원, 사망한 사람이 5500명이라고 집계했으니 백신이 모든 걸 완벽하게 막는 황금 방패는 아닌 건 분명합니다.(미국에서 1억 62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니, 돌파 감염 자체는 극소수 중의 극소수입니다.) 뉴욕 벨뷰 병원의 가운더 박사는 "골프 우산을 쓰더라도 허리케인이 오는데 나가면 어느 정도 젖을 수밖에 없다"라고 기가 막히게 잘 비유했습니다. 이런 극소수의 돌파 감염 사례가 걱정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백신의 엄청난 효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백신을 맞으면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병원에 갈 정도로 앓지는 않게 된다는 건 입증된 사실입니다.
백신 접종은 아무리 해도 안 늘고 마스크만 벗어버렸으니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일단 델타 변이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백신 안 맞고도 마스크 벗는 일을 막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마스크 의무 착용 부활 말고는 뾰족한 답이 없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백악관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오늘 백악관에서 "과학을 따르겠다"면서 "모든 단계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백악관에서 다시 마스크 착용을 결정하더라도 연방 정부 건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과거 모델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바이든 정부도 코로나를 극복했다는 걸 최대 정치적인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데, 마스크 의무화 조치는 그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이 해도 별 수 없네'라는 냉소주의가 퍼지고 또다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악덕 대통령 이미지만 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코로나를 독감 취급했던 트럼프 시대의 '묻지마 식 자유'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이 미국을 전체주의 국가로 바꾸려고 한다는 일부 공화당 인사들의 정치 공격이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스크 의무화 조치로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정치적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백신 의무 접종 카드도 만지작…FDA 백신 정식 승인이 전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은 모두 FDA가 긴급 사용 승인을 한 상태입니다. 정식 승인은 아니지만 너무 급한 상황을 반영해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일단 허락한 것입니다. 백신 음모론자들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분명 백신에 뭔가 중대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FDA가 정식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 백신을 맞으면 실험실의 기니피그가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열심히 발산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 인터뷰한 한 흑인은 "백신이 사람을 죽인다"라며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읊기도 했습니다. Kaiser Family Foundation에서 조사를 해보니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의 30% 정도는 정식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특히 낮은 앨라배마, 아칸소, 테네시 등은 FDA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은 학교에서 의무 접종을 하지 못하게 해 놨습니다.
FDA 백신 심사위원인 폴 오핏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센터장은 CNN에 나와서 백신 정식 승인은  백신 제품 자체(Product)뿐만 아니라 백신 생산의 과정(Process) 전반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승인하려면 9월 중순은 돼야 할 거라고 답변했습니다. 일단 이 시기까지는 바이든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백신 접종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정식 승인이 나면 군인들부터 접종 의무화를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미군은 홍역, 천연두, 독감 등 17개 백신에 대해 접종 의무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방부도 기자회견에서 정식 승인이 나면 의무 접종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군부대 안에도 아직 안 맞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데, 의무 접종이 실시되면 맞기 싫어도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무 접종 대상은 연방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로도 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현재도 500개 대학, 병원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기는 했지만, 정식 승인이 나면 이런 기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FDA에 결론을 빨리 내놓으라고 간섭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보건 당국 의사 결정에 하나하나 간섭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이런 외압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습니다. FDA 입장에서도 아무리 급하다고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쫓겨서 정식 승인을 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마스크 안 쓰게 하겠다"는 공화당 정치인들…집단 감염 우려되는 가을 학기
앞으로 한 달 쯤 뒤면 미국에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12세에서 15세 사이 접종률은 25% 수준에 불과합니다. 자신들이 맞았지만 아이들 접종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12세 미만 아이들은 아직 백신 접종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12세 미만 아이들 백신 접종 승인이 날 거라고 전망했지만, 규제 기관의 백신 승인 일정이 학기 시작과 맞춰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앞으로 적어도 2,3달은 더 걸리지 않을까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거의 연말이 가까워져야 아이들 접종이 시작된다는 말인데, 그 사이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델타 변이가 학교에서 집단 발병이라도 일으키면, 바로 학교 전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또 학교 전체 등교를 멈추고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큽니다.(미국은 감염 병 우려가 생기면 큰 고민 없이 바로 휴교를 하는 편입니다.) 바이든 정부도 가을 학기부터는 전면 등교를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지만, 델타 변이 상황을 보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방역에 역주행 하는 발언을 마음껏 쏟아내고 있습니다.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쉬도록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못하게 하겠다"라고 대놓고 말하는데, 연설장 방청객들의 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키즈답게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파우치 백악관 수석 의료 보좌관을 공격하는 셔츠와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자기 지지층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중 보건을 위해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을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직접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치솟는 곳은 대부분 공화당 강세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60만 명 넘게 숨진 미국의 팬데믹은 훗날 역사가들은 나쁜 정치가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평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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