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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부산항은 트로트의 고향이다
부산 테마 대중가요 2500여 곡, 부산항 소재 노래 800여 곡 달해
굴곡의 근현대사·민족 희로애락 담긴 트로트 문화 관광자원화 해야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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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2 17:23:00수정 : 2021-07-22 17:49:02게재 : 2021-07-24 09:00:00
수많은 트로트 곡에 등장하는 부산항의 옛 모습(북항 중앙·3·4부두 등 재래식 부두 전경). 신항 조성과 북항 재개발 사업이 이뤄지기 전 1980년대 사진이다. 부산일보DB
트로트(trot). 트로트는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리듬에 모든 화성(和聲)의 기본이 되는 펜타토닉 스케일(pentatonic scale)의 5음계를 가진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다. 한국 민요의 영향을 받아 떨거나 꺾는 창법이 특징이며, 흥겹거나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트로트가 2019년부터 부흥 수준을 넘어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공중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할 것 없이 채널만 틀면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과 트로트 가수가 출연한 예능 프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이 ‘트로트 세계화’를 외칠 만큼 트로트는 대세다.
부산에 정착한 김장실(19대 국회의원) 전 문화부 차관이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최근 란 저서를 발간했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를 풍미한 트로트 히트곡들을 역사적 사건과 결부시켜 분석해 눈길을 끈다. 시민단체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과 한국해기사협회 등 7개 단체는 지난 8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가요 명사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부산항 개항 145주년을 기념한 행사로, 부산과 트로트의 연관성을 조명한 자리였다. 책 내용과 토론회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부산항이 정통 트로트의 산실 또는 고향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근거와 트로트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는 한편 부산 지역 트로트 문화를 관광상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직후 부산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징병과 징용으로 일본, 동남아 각지로 끌려갔던 귀환 동포들이 부산항에 속속 도착했다. 부산일보DB
■민요와 결합한 트로트
트로트는 미국의 댄스곡인 폭스트로트(fox-trot)가 어원이다. 우리나라 전통 민요 등 동양적인 음악과 서양의 다양한 음악이 혼합돼 한국인의 혼과 정서를 담은 독립적인 대중음악 장르로 탄생한 것이 바로 트로트. 국내에 트로트풍 음악이 생긴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중·후반이다. 이 무렵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음악가들이 서양 음악에 우리의 민요를 접목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춤곡인 왈츠를 많이 활용했는데, 왈츠나 민요 모두 3박 계통이어서 둘의 조합은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2박 계통인 일본 엔카(演歌) 리듬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의 신명을 돋우는 어깨춤을 추기에는 맞지 않아 3박의 노래가 많이 만들어졌다. ‘사의 찬미’, ‘낙화유수’, ‘황성옛터’, ‘타향살이’ 같은 트로트의 전설적인 명곡이 모두 3박 계통이다.
이처럼 새롭게 나타난 노래는 주로 ‘신민요’나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민중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트로트 리듬에 익숙해진 대중은 차츰 2박 계통의 노래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트로트 유행 초기 단조 중심의 유행가들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해 패배주의나 염세주의 정서를 확산한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크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트로트 음악이 한국인들에게 이식된 과정을 고려할 때 “트로트가 엔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나 “일본풍의 뽕짝”이란 표현은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부산이 낳은 국민가수인 현인 선생을 기려 2003년 영도구 대평동 영도대교 입구에 세워진 현인 동상과 노래비. 부산일보DB
■트로트의 성장과 부침
트로트는 1980년대까지 국민의 흥을 북돋우고 대중의 심금을 울리며 한국 대중가요의 주류를 이루는 장르로 대접받았다. 앞서 1970년대 들어 정형화된 리듬에 강약의 박자를 가미해 특유의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노래들이 대거 히트하면서 트로트는 더욱 완벽하고 독립된 대중음악으로 완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트로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청소년과 젊은 층의 인기를 한몸에 모은 아이돌 그룹과 댄스음악이 득세하자 중장년층이 즐기는 비주류 음악 장르로 인식됐다. 10~20대가 선호하는 노래와 구분돼 ‘전통가요’ 혹은 ‘성인가요’로 불리거나 ‘뽕짝’으로 비하되며 한물간 취급을 받는 등 암흑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10여 년 전부터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가사에다 톡톡 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세미트로트(semi-trot) 곡들이 만들어져 트로트가 명맥을 유지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에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크게 기여했다.
설 자리를 잃어가던 트로트는 2019년 2~5월 한 종합편성채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대흥행을 계기로 30년 만에 다시 대중가요의 주류가 됐다. 이 방송사 후속 프로의 잇단 성공과 함께 또 다른 종합편성채널과 KBS·MBC·SBS·KNN 등 공중파 방송사의 트로트 경연 프로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를 통해 흘러간 옛 트로트 곡들이 널리 불리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트로트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장르로 거듭났다. 가수 지망생과 무명가수를 위한 새로운 등용문으로 떠올랐으며, 일부 아이돌과 댄스·발라드 가수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편 1920년 한국 최초의 기악곡이자 첫 가곡으로 간주되는 ‘봉선화’(김형준 시, 홍난파 작곡)가 발표된 걸 염두에 두고 “한국 대중가요 역사가 100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근대사에 1920년에 불려진 대중가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35년 발표돼 부산을 테마로 한 트로트 곡으로는 최초의 작품으로 꼽히는 ‘부산 노래’ 등을 홍보한 오케레코드사 명의의 일간지 광고. 부산일보DB
■트로트의 산실 부산
트로트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1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쏟아진 숱한 트로트 곡 가운데 부산과 관련돼 있거나 부산을 소재로 한 노래가 수없이 많다. 정확한 공식 집계는 없으나, 부산을 테마로 삼은 가요가 2500곡이 넘는다고 가요계는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부산항을 매개로 한 노래만도 800여 곡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산은 수도인 서울 다음으로 대중가요의 배경과 소재로 많이 애용된 지역이라는 게 대중음악계의 정설이다.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는 “어떤 가수든 부산 테마 가요를 한두 곡씩 부르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면서 “부산 테마 노래는 가수들이 서로 부르고 싶었던 로망의 대상이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부산 트로트’는 대중문화예술 등 여러 측면에서 부산의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명예교수는 1935년 서울 오케레코드사가 음반으로 발매한 ‘부산 노래’(염일파 작사, 손목인 작곡)를 부산 트로트의 기점으로 본다. 노래 제목과 가사에 부산이란 단어가 직접 나오는 최초의 가요라는 이유에서다. ‘…오륙도 물결 따라 갈매기 난다/ 에헤요 에헤요 데헤야/ 조선의 문호 부산이로구나…’ 오륙도와 용두산, 해운대 등 지역의 명소를 노랫말에 등장시켜 부산을 예찬하는 노래다.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기를 보낸 가수 고복수가 기생 출신 가수 이은파와 함께 녹음했다. 이 노래는 오케레코드가 1934년 일본인들이 한국의 주요 고장을 소재로 만든 일본 가요가 대거 발표된 걸 의식해 다음 해 전국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사를 공모한 뒤 제작됐다는 점에서 항일정신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이 공모를 통해 함께 만들어진 또 다른 곡이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의 대표곡으로 유명한 ‘목포의 눈물’이다.
1876년(고종 황제 13년) 부산포란 명칭으로 개항한 부산항은 일제강점기에 한민족이 고통을 겪고 가족이 이별하는 슬픔의 항구였다. 1945년 해방 후에는 징병·징용자 등 귀국 동포와 귀국선을 반갑게 맞이하는 기쁨의 항만이었다.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외항선과 원양어선 선원, 베트남전쟁 파병 군인들을 떠나보낸 곳도 부산항이다. 게다가 부산은 1950~1953년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을 다 포용하며 먹여 살린 도시다. 분단의 아픔에 빠진 실향민들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이자 새로운 삶의 터전이었다. 이후 부산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기에 우리가 세계로 진출하고 해외 문물을 받아들이는 관문이자 한국 경제와 국내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같이 부산은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녹아 있는 까닭에 대중가요계의 중요한 트로트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1950년대 초 부산에서 설립된 미도파레코드사는 국내 제일의 음반사로 군림한 지구레코드사의 전신이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면 전국 어느 곳보다 부산과 관련된 대중가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산항 3부두에서 전쟁이 발발한 베트남으로 파병되는 군인과 환송객들. 부산항을 통해 외항선과 원양어선 선원들도 외화 획득을 위해 대거 출국했다. 부산일보DB
■부산항은 트로트의 고향
부산과 연관성이 있는 대중가요 중 제목이나 노랫말에 부산이나 지역 내 특정 지명을 언급한 게 많다. 이 같은 트로트 곡들은 내용상 대체로 △부산항 △바다 △갈매기 △마도로스 △선박 △부산역 등 크게 6가지 주제를 담아 세계 굴지의 해양수산 도시인 부산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잘 드러낸다. 부산항은 국내 최대 어항이자 수산업의 원양사업 전진기지다. 또한 한국 최대 무역항으로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3위, 현재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만을 자랑한다. 그리고 부산항은 세계 2위 규모의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동북아시아 허브(Hub) 항만으로 발전하는 등 세계적인 위상을 가졌다.
이 때문에 부산을 배경으로 한 트로트 곡들에는 부산항의 역동성, 멋과 낭만, 애환을 반영한 가요가 유독 많은 실정이다. 부산항만큼 우리 대중가요의 주제로 많이 다뤄진 고유명사도 없지 싶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마도 부산항은 전 세계에서 노래로 가장 많이 불려진 항구의 하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1976년부터 ‘가왕’ 조용필이 불러 국민 애창곡이 된 ‘돌아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작사·작곡)가 대표적인 부산항 가요다. 전통 트로트로는 1939년 발표된 ‘울며 헤진 부산항’(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이 있다. 이 곡은 일제 치하의 비극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수탈과 공출 정책을 비판하는 등 민족의 한과 저항 의지를 담고 있다. 두 곡은 1954년 남인수가 불러 큰 반향을 일으킨 ‘이별의 부산정거장’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 인식된다. ‘마음의 부산항’(허민 작사·노래, 한복남 작곡), ‘항구의 사랑’(최지수 작사, 고봉산 작곡·노래), ‘잘 있거라 부산항’(김용만 작사·작곡, 백야성 노래), ‘안개 낀 부산항’(길옥윤 작사·작곡, 남일해 노래), ‘님을 보낸 부산항’(손석 작사, 이인권 작곡, 나훈아 노래) 등등…. 부산항을 노래하거나 부산항을 매개로 한 트로트 곡은 800여 곡이나 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세계 3대 미항(美港)의 하나인 이탈리아 나폴리항도 부산항보다 노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을 ‘트로트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부산과 부산항을 대표하며 국민 애창곡으로 꼽히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가수 조용필의 히트 가요들이 수록된 음반 표지. 부산일보DB
■부산을 빛낸 트로트계 인물
1936년 서울 오케레코드사 오디션 현장. 전국에서 모인 가수 지망생 수백 명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부산 동래에서 태어난 앳된 15세 여학생이 자기 차례가 되자 사장 이철과 작곡가 손목인, 박시춘, 그리고 훗날 자신의 남편이 되는 가수 고복수 앞에서 당차게 트로트를 불러 특등으로 합격했다. ‘알뜰한 당신’, ‘외로운 가로등’ 등의 명곡을 남긴 황금심(1921~2001)이 가수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트로트의 산실이라고 할 만한 도시 부산은 대중음악계를 움직이고 호령한 걸출한 음악인을 다수 배출했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대표곡 ‘동백 아가씨’와 ‘여자의 일생’을 작곡한 백영호(1920~2003)가 부산 출신이다. 그는 ‘해운대 엘레지’, ‘울어라 열풍아’, ‘추억의 소야곡’, ‘동숙의 노래’ 등 100곡이 넘는 히트곡과 3200여 곡을 발표해 대중가요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평가된다.
부산이 낳은 가수로는 현인(1919~2002)이 독보적이다. 현인은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전우야 잘자라’, ‘비내리는 고모령’, ‘서울야곡’ 등 히트곡이 수두룩하다. 부산시와 서구는 그의 업적을 기리고 유망 가수를 육성하기 위해 2005년부터 매년 여름 송도해수욕장에서 ‘현인가요제’를 개최하며 전국 최대 가요제로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이에 앞서 영도구는 2003년 영도대교 입구에 현인의 동상이 있는 노래비를 세웠다. 이 노래비는 1950~1960년대 격동의 시대에 트로트로 서민들의 아픔과 향수를 달래준 현인이 영도 태생임을 기념한다. 오는 8월 20~22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콘서트’를 갖는 ‘가황’ 나훈아도 초량동에서 태어나 부산을 빛낸 인물로 통한다. 이 밖에 김상국, 은방울자매, 문성재, 하춘화, 문주란, 정훈희, 진송남, 최백호, 한대수, 현철, 김수희, 설운도 등 쟁쟁한 가수들이 부산의 거대한 트로트 인맥을 형성한다. 마도로스 관련 노래를 잘 불렀던 백야성(1934~2016)은 서울 출생이지만, 대중가요사를 통틀어 부산 테마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르며 평생 부산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산을 빛낸 ‘가황’ 나훈아가 2020년 9월 KBS 2TV를 통해 언택트 공연을 펼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쇼’ 장면. KBS 제공
■역주행·노래방의 시발지
노래가 발표되고도 잠잠하다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며 뒤늦게 인기를 끄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이런 현상을 흔히 ‘역주행’이라 한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4년 전 내놓은 ‘롤린’이 그랬다. 군 장병들의 호응으로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이 노래로 브레이브걸스는 대세 아이돌 그룹 반열에 올라 올해 최고 스타 대우를 받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지리적·공간적 역주행 사례다. 애초 이 곡은 1970년대 중반 발표 당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노래 제목이 들어간 부산에서 서서히 인기를 끌어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서울을 향해 북상하기 시작해 전국적인 인기곡으로 부상했다. 모든 게 서울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전파되는 수도권 중심 체제에서 부산에서 경부선을 타고 서울로 입성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지금도 국민가요로 애창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인기 덕분에 조용필은 8년간의 무명생활을 끝내고 가왕의 별칭을 얻는다. 이는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해양문화에 익숙한 부산시민들의 힘이 작용한 결과다.
이와 흡사하게 부산이 대한민국 전체를 점령한 일은 또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은 노래방 역사의 시작은 1991년 일본의 가라오케가 부산에 들어오면서부터다. 1990년대 초 반주기계가 있는 일본식 노래방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에서 단란주점이나 노래연습장이라는 대중문화 공간으로 빠르게 정착했다. 이후 전국에서 노래연습장과 노래방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1년여 만에 1만 200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타격을 받기 전까지 모든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가 선용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노래방은 하나의 신천지이자 전 국민의 스트레스 해방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노래반주기 생산업체인 금영도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다가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부산에선 노래방 말고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에너지가 노래로 표출되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부산 연고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리그 홈경기가 열리는 동래구 사직야구장이다. 요즘은 코로나19 탓에 마음껏 응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부산 사람들이 롯데를 응원할 때면 이곳은 한순간 거대한 노래방이 된다. 프로야구 시즌에 시민과 롯데 팬 등 2만~3만 관중이 목청껏 ‘떼창’을 하면 사직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변한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부산을 상징하는 ‘부산 갈매기’(김중순 작사·작곡, 문성재 노래)와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장 널리 불리면서 대체로 개방적·역동적·열정적인 시민들의 성향을 잘 보여 준다. 트로트와 함께하며 부산다움이나 부산 사람다움을 드러내는 귀중한 문화 자산으로 봐야 할 것이다.
2011년 8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이 ‘부산 갈매기’를 함께 부르며 즐거운 모습으로 응원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트로트의 관광산업화 가능성은
이렇듯 지역 관련 트로트 곡이 많은 부산은 트로트를 포함한 대중가요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막대했다. 잘 알려진 노래 한 곡이 그 지역을 빛내는 법이다.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이 그렇다. 작은 언덕에 불과한데도 전설을 담은 노래의 힘으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된 지 오래다. 부산에 즐비한 해수욕장과 관광지 중에는 트로트의 훌륭한 소재가 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애창되면서 더더욱 전국적인 명성을 얻음으로써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된 곳이 꽤 있다.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선순환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트로트 붐을 잘 살려 정통 트로트의 원류이자 고향인 부산과 부산항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하며 부산의 자존감과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내 유일의 국제관광도시로 지정한 부산을 트로트 관광도시로 육성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 관장은 “지역 곳곳에 부산 또는 부산항과 관계된 트로트 노래비를 세우고 부산항 부두에서 ‘부산 트로트 가요 축제’를 마련해 관광자원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동순 명예교수 역시 오래전부터 부산역 광장에 노래비를 건립하자고 촉구해 왔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영광, 민족의 이별과 만남을 함께한 부산을 상징적으로 함축할 수 있는 곳에 트로트 노래비가 필요하다는 것. 때마침 ‘2030 부산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운동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부산, 부산항과 관계된 트로트 가수 등 유명인들을 부산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해 유치 활동에 동참하게 하는 것도 좋을 방법일 테다. 부산은 해양문화와 해양관광의 중심지다. 여기에 정겨운 부산항과 트로트를 가미해 관광산업 콘텐츠로 육성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이를 위해 최근 정립되고 있는 ‘부산학’ 연구자들이 부산 트로트를 학문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을 것도 권한다.
강병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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